[신천임원]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

주님 마음 내게 주소서

한 현 희 신천속장


“찬송가는 88장입니다.”

“어머, 속장님 모르는 찬송가인데요?”

“예배는 처음이시니, 찬송 모르시는 게 당연하지요.

그럼 저희 둘 뿐이니 찬송은 넘어가고 말씀만 할까봐요.”

“어머! 그래도 책에 나와있는 건 다 해야지요?”

“그럼, 어떡하지요?”

“속장님이 혼자 부르시면 제가 허밍으로 따라 할께요.”

“아… 진짜 창피한데 그럼 제가 해볼께요.”

 어제 첫 속회예배를 드리면서 속도원과 있었던 일입니다. 중학교 음악시험 볼 때 이후로 남 앞에서 독창은 처음 해봤습니다. 어찌나 창피하고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부족한 속장의 권유에 19개월 아기 데리고 처음 속회에 와준 속도원 성도님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처음 속장이 되고나니 그동안 함께 예배드렸었던 속장님들이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결혼해보고 며느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고,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으며, 속장이 되어서야 속장님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속장님들이 밥도 많이 해주시고, 선물도 많이 주셨었는데 무슨 뻔뻔함인지 모든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속장의 자리에 있으니 전화 한 번, 문자 한 번 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속장의 자리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자리라는 걸 알았으면 처음부터 안하겠다고 했었어야 했는데 후회가 많이 됐었습니다.

속회예배는 주일예배나 수요예배와는 달리 가정에서 하는 예배이기 때문에 참석자 간에 좀 더 친밀한 교제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속회예배와 교제를 통해 교회에 좀 더 잘 적응하게 되었고, 친밀한 기도모임인 이 예배를 통해 가정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단은 이 예배를 많이 방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배 약속이 많이 미뤄졌고, 속도원들마다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사정이 자주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2015년 첫 예배를 1월말에야 처음으로 드릴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음치 속장과 19개월 아기와 찬송가도 잘 모르는 속도원이 함께 드리는 예배였지만 감히 짐작하자면, 하나님이 이 예배를 참 기뻐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찬양과 뛰어난 언변을 갖춘 기도는 없었지만 하나님은 이 예배에 함께 하셨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작은 바램이 있다면 2015년에는 주님의 마음을 가진 속장이길 원합니다. 저를 향하신, 또한 저희 속과 속도원들을 향하신 주님의 뜻이 저희들의 삶 가운데 이루어지도록 주님의 마음을 가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속도원들을 향한 긍휼한 마음과 베푸는 삶이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속도원인 저를 품어주시고 키워주셨던 저의 속장님들처럼 그런 속장이기를 소망하고 기도합니다.

친한 집사님을 통해서 들은 저희 선배 속장님들은 속도원의 아이가 장염이면 죽도 끓여다 주시고, 반찬도 해다 주셨다고 합니다. 또, 다른 분은 속도원 아이를 주일예배 시간에 친히 보살펴 주시려고 영아부 교사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쟁쟁한 우리 교회 선배 속장님들을 따라 가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그럴만한 능력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욱 주님의 마음 품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속도원들을 바라보기를 원합니다. 내 알량한 자존심과 교만한 마음을 내려놓고 정말 예수님처럼 기도하면서 섬기는 그런 속장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