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기념주일]아직은 설흔 아홉, 임마누엘이여!

아직은 설흔 아홉,임마누엘이여!

김 의 경 권사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를 꺼이꺼이 따라부르며 집안을 돌아다닌다. 뭘 하려다 잊어버렸는지 기억해 내려고 애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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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가수 최양숙이 부른다. 참 좋다.

“최양숙? 뭐래?” 하는 세대들, 분명히 있을 거다. 괜찮다. 머잖아 그들도 다음세대들에게서, “슈스K? 뭐래?”라는 소리 들을 날을 만나게 될 텐데 뭘.

까칠한 11월,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되는 11월, 그 매력적인 11월이 코 앞에 와 있다. 라디오를 틀면 언제고 가을노래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싫지 않다. 어물쩍하다가는 사라지는 뒤꼭지만 보게 되는 부지런한 11월이어서 그런지 더욱 애틋하다.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 그런가 하면 가을과 겨울이 알아서 배합되어 있는 것 같은 달이다.

며칠 후면 우리 교회의 창립 39주년 기념일이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의 나이를 일년 앞 둔 이 시점에, 세월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진부한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창립 39년 된 우리 교회에 내가 출석한 지가 34년이 되어간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는 것이다. 엄마 품에 안겨 교회에 나와서 뛰놀며 자라난 아이들이(우리 아들, 딸 포함) 이젠 제 아이들을 품에 안고 교회에 나오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특별한 따뜻함이 있다. 가정 속에 녹아드는 신앙, 기독교 가정. 하나님이 가정을 사회의 기초 단위로 삼으시고 그 안에서 사랑과 존중을 익히기를 원하신 것은 얼마나 하나님다운 계획이었는지….

지금 코흘리개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세월 속에서 어느새 또 그들의 아이들을 안고 교회에 나오는 광경을 우리 중에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겠지.

1993년 11월에, “2013년 겨울”이란 제목으로 성화지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때 생각으로는 20년 후가 참으로 아득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칠십을 내일 모레 앞 둔 자타 공인 ‘silver’가 되어있다. 지공원(지하철 공짜로 타는 사람)의 특권도 누린다.

잘해야 20년 남짓한 내 여생을 생각하며 사람과 사물에 대하여 가능한 한 관대하자, 우는 자들로 함께 울고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자고 기특한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그게 잘 될지는 인간이 워낙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동물이다 보니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20년은 지나간 20년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아니 빠르게 느껴질 것이다. 20년을 20년밖에~라고 생각할 것인가? 20년이나~ 라고 생각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답은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20년 밖에~’는 초조함을, ‘20년이나~’ 는 나태함을 초래할 수 있겠다. 전자와 후자를 넘나들면서 나를 조절할까나?

지난 9월, 김국도 목사님의 유럽부흥회를 따라가는 뜻밖의 기회가 주어졌다. 30년 익숙한 목사님의 설교말씀을, 새로운 귀로 밖에서 듣고 새로운 은혜를 받는 귀한 경험이었다. 목사님 내외분과 임마누엘 한솥밥 먹은 지 평균 30년 되는 교우 4명을 포함한 일행 6명이 민낯을 보여주며 콩 반쪽도 나눠 먹으면서 동행의 즐거움을 나눈 것은 두툼한 보너스였다. 개성이 뚜렷한 목사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고유한 여행을 한 것 또한 진기한 추억이다.

이번에 김국도 목사님은 여덟 번의 설교를 통하여 사모하는 심령을 만족케 하셨다. 소통의 오류로 인하여 집시를 상대로 한 말씀선포가 무산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분명 그들에게 큰 도전을 줄 기회였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일을 실수한 분을 대하는 태도에서. 또 안내를 해 주셨던, 문자 그대로 四人四色의 네 분의 목사님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김국도 목사님의 모습에서 의외로 보다 깊은 내공을 보았다. 어렵사리 따라간 길인데 동행하기를 잘 했다고 감사했다. 사모님과도 교우들과도 드물게 호젓한 시간을 갖게 되어서 감사했다.

1968년 8월 8일 밤 10시에 목사님에게 임하신 성령께서 지금까지 강하게 목사님을 붙잡고 계심을 묵도하면서 그 성령의 역사가 이제 김정국 담임목사님을 통해 면면히 이어질 것을 믿고 감사드린다. 앞으로 60년 후, 어떤 성도가 “아직은 아흔 아홉, 임마누엘이여!” 라는 제목으로 성화지에 글을 올릴지 그 누가 알랴.

아직은 설흔 아홉의 장정 임마누엘이여….

첫사랑을 회복하자.

뜨거웠던 때를 사모하자.

연륜에 걸맞는 성장과 성숙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소망을 품자.

때마침 루이암스롱이 진심어린 목소리로 왓어원더플월드(What a wonderful world!)를 부른다. 위로하듯이 격려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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