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시단] 오, 하나님

성화시단

오, 하나님

박종권 권사

여린 살갗을 꼭꼭 찌르는

금빛 햇살

할망들은 소꾸리를 내려놓고

청계산 원터골 굴다리에 좌판을 편다.

완두콩, 강낭콩, 옥수수

심술맞게 꼬부라진 오이

감자와 고구마

내가 어릴 적 좋아하던

깨구락지, 개똥참외도 있다.

싱싱한 풋고추

호박잎, 깻잎, 상추 옆에

물 건너 시집 온 달콤한 체리

오, 어느 것 하나

만물을 주관하는

하나님

손길 닿지 않은 것 있으리.